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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생활

[Balkan Explore] 발칸 공부의 시작

by 여배 2021. 9. 20.

 

 

지난 5월부터, 베오그라드에 사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친구와 발칸에 대해 공부하는 “Balkan Explore”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여 발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둘다 세르비아에서 주재 근무하고 있는 처지라, 세르비아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세르비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칸을 공부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에 발칸의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읽고 함께 독해하는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기로 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내가 소화한 것을 발표함으로써 이해력을 높이고, 같은 텍스트에 대한 다른 사람의 다른 해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unsplash

 

3년을 주재하면서 지나가다 들은’ 이야기에만 의존한 감상만 축적하고 싶지는 않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검증 가능한’사실, 주장에 대해서 자료와 논리를 바탕으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싶었다. 회사 선배들을 포함해 외국에서 주재원을 했거나, 유학을 한 사람들이 쉽게 갖는 오류는 생각보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면서도 딱히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재원들은 생각보다 제한적인 경험을 한다. 보통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며, 현지인들보다는 같은 나라 사람이나 아니면 또 다른 주재 외국인들과 어울리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다 가끔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현지인들의 이른바 살아있는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 편향된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보들은 살아있는 정보이지만 동시에 검증불가능한 반쪽자리정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예로 들어보자. 네덜란드계 다국적 회사의 한국지사장으로 파견 나온 a에게 한국인 현지채용인원이 짜장면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국음식이라고 소개했다고 하자. 마침 사무실 근처의 중국요리집의 짜장면이 입에 맞았던 a는 그 식당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한국에서 중국요리가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했는지 깨닫는다. A2년후 네덜란드에 돌아가 친구들과 한국 이야기를 하며,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한국음식이 아닌 중국음식이었다. 심지어 현지 한국인들이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중국음식이라고 했다라고 말하게 되고, 얼마후 개인 블로그에도 그런 취지의 글을 쓰게 된다. , a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A의 한국인 동료는 a에게 거짓을 말했는가?

 

중국요리의 한국화가 발전을 거듭하여 한국식 중국요리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를 만들어 냈고, 실제로 중국요리집에서 파는 본토 중국에는 없는 짜장면(중국의 자장미엔과 한국의 짜장면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이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식이라는 총체적인 이해 없이 짜장면은 한국에서 인기 좋은 중국음식이라는 단편적인 감상은 반쪽이다 못해 왜곡된 정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르비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저자의 다양한 글을 공부하고자 했다. 특히나 내가 주재하고 있는 세르비아는, 서구세계는 물론 한국에도 가장 최근까지 내전을 겪고 인종학살을 자행한, 그리고 무엇보다 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민족주의 갈등의 원흉이라는 선입견이 심한 나라다. 과연 이러한 선입견이 정당한가? 아니면 이러한 선입견이 사실과 다른 선입견에 불과하다 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주재원들은 세르비아가 한국에 알려진 것보다 안정적이고 치안이 좋다거나, 사람들이 친절하다거나 하는 등, 기존 인식에 반하는 개인적 감상을 남기곤 하는데 이는 1차원적인 소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세르비아인들은 대체로 외국인, 특히 한국인에게 친절하며, 특히 외국인과 교류가 많은 세르비아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세르비아인들은 크로아티아인들을 싫어한다. 또한 세르비아인들은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세르비아에 대해 어떠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인지하고 있으며, 기회만 되면 꽤 자세한 사실들을 열거하며 오히려 본인들이 인종학살의 피해자임을 강조한다. 본인들이 분란을 일으킨 존재로 여겨지는 것을 굉장히 억울해 한다.

 

일본은 스스로를 전범국가임을 인정하지 않거니와, 전쟁 중 자행한 수많은 범죄들을 부정한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모든 문화와 유산을 본인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동북공정 등 체계적인 날조 작업도 자행하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나라에 관련된 역사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그러한 행위의 가치판단을 떠나서,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세르비아인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끝날 것인가? 그저 나중에 한국에 가서 세르비아인들은 본인들에 대한 선입견에 되게 기분 나빠하더라하고 말 것인가?

 

세르비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

 

세르비아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습성, 인식, 가치관, 문화들의 원인에 대해서, 한쪽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듣고 쌓아두기는 싫었다. 누군가 3년의 베오그라드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인가 물을 때, 베오그라드 맛집 추천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물론 맛집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스터디를 시작했다. 혼자하면 정말 얼마 못가 그만둘 것이 뻔했는데, 다행히 내 생각에 공감해준 친구 덕에 어느덧 4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을 갖고 약식 발제 및 토론을 한다. 김철민 교수의 대중서를 시작으로 네 번째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 역시 기록하지 않으면 증발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기록하기로 했다. 거창하게 발제문을 만들 생각은 아직 없다. 그렇게 일을 만들면 또 얼마 안가 그만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씩 간단한 요약과 감상을 남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1) 김철민, 2016, 문화와 사회로 발칸유럽 들여다보기 2) 노엄 촘스키 등, 2000, 전쟁이 끝난 후, 3) 마크 마조워, 2014, 발칸의 역사를 거쳐, 네번째 책인 크리스토퍼 클라크, 2019, 몽유병자들을 읽고 있다. 아직까지 어떻게 감상을 남길지는 모르겠다. 다만 세르비아에 대해, 발칸에 대해 더 잘 아는 데에,더 잘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기록을 남길 것이다.

스터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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