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1 [세르비아 생존기] 도마뱀이 나타났다.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이곳 베오그라드에 부임했다. 한국도 설 연휴를 기점으로 추위가 가시는 추세였고, 한국의 겨울보다는 덜 춥다는 말을 도착한 날부터 바로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세르비아의 겨울은, 적어도 베오그라드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그렇게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도시의 인상이 주는 황량함은 체감 온도를 조금 더 낮게 만드는 듯했다. 강남의 빼곡한 빌딩 숲은 도시를 실제로 겨울엔 더 춥게, 여름엔 더 덥게 만들지만, 빼곡한 빌딩 숲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이 겨울을 조금 덜 춥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베오그라드는 몸은 비교적 따뜻해도 눈앞에 펼쳐지는 황량한 경관이 주는 정서적 추위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복해서 밝히지만, 베오그라드 전역이 황량하지는 않다. 구도심은 오래된 고층 빌.. 2020. 4.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