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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Run Crew Seoul

달리기가 익숙해 졌을때 조심해야 할 것들

by 여배 2022. 12. 26.

건강한 2-30대 성인 남자라면, 어느정도 달리기가 익숙해 지면 1km에 6분 페이스는 쉽게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일정한 페이스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5km를 30분정도에 완주하는 것은 두세달 정도 꾸준히 달리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어린시절에는 노는 것이 곧 뛰는 것이었다. "뛰어놀다"라고 붙여서 말할 만큼 뛰는 것은 노는 것이었고, 노는 것이 뛰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노는 것은 곧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되었을때, 자연스럽게 달리기는 익숙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나이키 we run seoul 10km 달리기 행사에 처음 참가하면서, "달리기 위해 달리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그 이후 5년이 넘도록, 나에게 달리기는 그저 fancy한 선진국형 취미에 불과했다. 달리기란 필요할 때 하는 신체활동이지, 그것으로 체력단련을 한다거나 취미로 삼는 것은 어딘가 낯간지럽게 느껴졌다.
나이가 점점더 먹어가며 옆구리살이 두툼하게 올라오게 되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동작들이지, 이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게 달리기였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콘서트에 늦지 않기 위해 등등 어쩌다 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은 손발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도무지 빠지지 않을 것 같은 뱃살과 싸우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떨어진 체력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달리다 보니, 10km를 60분 이내로 주파하는 것은 이내 성공했다. 문제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닌 달리기 자체를 즐기는 것은 좀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취미는 달리기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꽤 멋졌다. 선진국의 성공한 사람들이 출장길에도 러닝화를 챙기고, 낯선 도시에서도 아침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달리는 과정은 좀처럼 재미가 붙지 않았다. 이따금씩 참가하는 대회에서 기록이 단축되는 보람 정도가 동력이 되었다. 달리기 자체가 즐겁지 않더라도, 달리기가 나에게 이롭다는 것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어쨋거나 어느정도 완전히 초보 러너를 벗어나면, 재미가 붙기도 전에 실수에 빠지게 되는데, 바로 기록에 대한 집착이다. 안정적으로 10km 달리기를 60분 내에 반복적으로 주파하다보면, km당 5분 초반의 페이스를 넘어가면 왠지 운동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초반에는 웜업을 위해 다소 천천히 달린다고 하더라도, 어느순간 페이스를 4분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왠지 나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은, 이 운동은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지난 러닝보다 다만 1초라도 페이스를 당기거나 1키로라도 더 달려야 한다는 생각은, 달리기의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앗아간다. 앞서 언급한 we run seoul 참가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 달리는 것을 즐기지 못한다. 경지에 오른이들이 예찬하는 "러너스 하이"는 내게 그저 환상 속의 개념일 뿐이다.
속도와 거리에 집착하다보면,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에 맞딱뜨리게 되는데, 바로 부상이다. 10km 이내의 달리기는, 숨이 차지 않는한 기력이 달려서 뛰지 못하는 경우는 잘 없다. 숨이 차지 않으면 자꾸만 피치를 올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근육은 긴장을 하고, 착지는 불안해 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는 누적되고, 염증은 서서히 만들어진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11월, 추위를 핑계로 한동안 달리지 않다가 7km 정도 달렸다. 기록에 목숨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느긋하게 조깅을 할 수는 없었다. 오른쪽 무릎이 왠지 뻐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날 예정된 하프마라톤에 앞서 컨디션과 감각을 끌어올리고 싶어 한발 한발을 더 내딛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음날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초보를 벗어나면 기록과 승부에 대한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지난대회보다 단축하고 싶고, 어제보다 더 멀리 뛰고 싶은 욕심.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간, 예를 들면 30분 이상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km 당 6분, 7분이어도, 주기적으로 꾸준히 30분이상 달리다 보면, 지속적인 기록 향상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다음 대회에서 성적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 30대 중반이 지나가면서 우리는 이제 더이상 20대 초반의 튼튼한 관절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더 건강한 몸을 가지기 위해 운동하면서 충분히 몸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부상이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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