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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생활

[세르비아생존기] 라끼야? 라키야?

by 여배 2020. 12. 7.

오늘은 짧고 굵게 세르비아의 전통주 라키야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막걸리나 소주에 해당하는 세르비아의 전통주이자 대중주(?)인 Rakija. 라키야는 각종 과일로 만드는 독주로, 굳이 구분을 하자면 브랜디에 가깝다. 살구, 체리, 배,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로 만들기 때문에 취향이 많이 갈린다. 바나 클럽에서 샷으로 먹기도 하지만,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식전주로 가장 사랑을 받는 술이다. 

 

세르비아는, (적어도 베오그라드는)fine dining 숫자도 제한적이고 5 코스를 갖춘 식당도 제한적이지만 식전주 문화는 아주 발달해 있다. 그리고 그 식전주의 대표주자가 바로 라키야 이다. 40도 정도 되는 독주이기 때문에 한국사람들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우리는 "빈속에 술 먹으면 속 버린다."라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더구나 라키야 같은 독주를 마시는 것은 정서가 잘 맞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식전주(아페리티프, Apéritifs)라는 것의 개념 자체가 알콜로 몸을 데워 식욕을 돋우는 것에 있기 때문에 향긋한 과일향이 나는 독주로 몸을 확 데우면 식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도 식사 전에 독주를 마시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세르비아 음식(보통 기름지고 향이 강한)을 먹기 전에는 라키야로 내 오장육부에 시작을 알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앞서 세르비아 음식편에서도 다룬 것처럼, 라키야 역시 최고는 가정식으로 쳐준다. 즉,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통 아버지들이 각각의 라키야를 만든다. 그리고 의례 그렇듯, 우리 집 라키야가 최고라고들 한다. 몇몇 홈메이드 라키야를 마셔봤지만, 공산품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 뭐, 김치 몇 번 먹어본 외국인이 공산품과 홈메이드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든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선호는 생겼는데, 나는 배로 만든 라키야가 제일 잘 맞는다. 다른 과일에 비해서 단맛이 약해서, 중국의 깔끔한 백주를 먹는 느낌과 비슷하다. 하지만 백주보다 인공적인 향이 덜하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덜하다. 세르비아는 꿀도 유명해서 종종 꿀이 섞인 라키야를 팔기도 하는데, 라키야라는 술 자체가 과일에다 설탕을 때려 박아 만든 술이라 꿀이 들어가면 좀 너무 무거운 느낌이라 나는 순수한 배 라키야를 선호한다.

 

 

보통은 위스크 샷잔에 서빙되지만 전통의 방식은 위와 같은 작은 호리병째로 서빙되어 마신다. 

사르마, 아이바와 마찬가지로 주변 발칸 반도 국가들 사이에서 서로가 원조라고 싸우는 대상이기도 하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주변 국가들은 제각각 라키야가 본인들이 원조라고 한다. 전국의 수많은 왕족발집처럼 누가 원조인 것이 사실 뭐가 중요하나 싶다. 그럼에도 최근, 세르비아 라키아 브랜드가 세계 10대 독주에 선정되어 세르비아인들이 반가워했던 소식이 있었다. 발칸 어느국가에나 있는 라키야이고, 우리 집 홈메이드가 세계 최고라고들 하는 술이지만 다른 이웃국가의 브랜드가 아닌 세르비아의 라키야 브랜드가 세계 10대 술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세르비아인들은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다. 

 

www.serbianmonitor.com/en/vucic-uses-fear-mongering-but-violates-anti-covid-measures-himself/

 

Serbian rakija declared one of the 10 best spirits in the world - Serbian Monitor

The pear brandy (rakija) Nirvana, produced by the Serbian distillery Zaric, has been declared one of the ten best alcoholic drinks in the world at 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Spirits Selection. The competition included 1,400 spirits from 84 countries, wh

www.serbianmonitor.com

 

세르비아에 온다면, 그래서 반드시 식전에 라키야를 드시길 추천한다. 단 한 번에 3잔 이상은 드시지 마시라. 이후 서빙되는 음식의 맛이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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