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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생활

COVID-19는 세르비아에게도 시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중국은 역시 강했다.

by 여배 2020. 3. 18.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세르비아는 한국의 최우선 동맹국가도, 전략적 파트너도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구소련인지 유럽인지도 헷갈릴 만큼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다. 아직까지 한국의 대통령이 세르비아를 방문한 적이 없으며, 한국의 대기업이 세르비아에 투자진출을 하지 않았다.

 

또 하나 인정할 것은, 한국의 코로나 19 대응이 대단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국민성, 그리고 국내 정치적 상황, 지리적 특성 등이 합쳐서 가능한 빠르고 많이 검사하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전략이 이곳 세르비아를 포함한, 적어도 유럽에서는 엄청난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한국은 자국 국민들을 잘 케어하고 있다"로 끝나면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위기의 상황에선 친구고 뭐고 없고 자국우선주의의 아주 적나라한 (국제정치학에서의) "현실주의"의 민낯을 보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던 EU, 그리고 그 기둥 역할을 하던 프랑스와 독일도 COVID-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의료선진국이라는 명색이 무색하게도 2020년 3월 17일 현재 확진자 1만 명을 넘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확진자를 감당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독일은 세르비아에 약속했던 지원을 철회, COVID-19 대응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했다. 이 와중에 독일과 미국은 COVID-19 치료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 세르비아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절망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자리에서 "유럽 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European solidarity does not exist) 라고 말할 뿐이다. 눈가는 촉촉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까지는 그저, 무기력한 개도국의 대통령의 담화일 뿐이다.

 

그런데 이때, 중국이 나선다.

우한에서의 집단 발병을 숨기기 급급했고, 세계 각국에서 지원을 받던 중국.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는 죄가 없다고 뻔뻔하게 굴던 중국이, 이 먼 나라 세르비아를 돕겠다고 나섰다. 단순히 나선 것이 아니라, 세르비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필수 물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잘하는, "우리는 형제다"라는 다분히 감정을 건드리는 레토릭과 함께.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세르비아는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가 아니다. 그런데, 중국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세르비아는 한국, 미국, 일본은 커녕 유럽 대부분의 나라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나라다. 그런데 중국은 세르비아가 가장 필요할 때 손을 내밀고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이미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자본은 세르비아를 거의 장악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로 중국은 세르비아에게 "시끄럽지만 돈 많은 나라"가 아닌, 우리가 필요할 때 도와준 형제로 각인된다. 나야 세르비아에 있으니 세르비아 사정만 듣는다지만, 다른 개도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그들이 가장 필요할 때 그들이 필요한 것을 쥐어주고 "우리는 형제"임을 각인시킨다.

 

한국의 대응이 모든 국가에게 통용되는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한국의 사정에 맞게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한국이 자화자찬, 자국민에만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저렇게 치고 나간다. 어차피 추경할 것, 통 크게 하고 기업들과 뜻을 모아서 기왕이면 한국 제품을 대량 구매해서 전 세계에 뿌리면 안 될까. 모두가 배부를 수 있는 결과를 낼 수야 없겠지만 어려울 때 손을 내민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 역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진짜 자화자찬 그만하고 이 위기 속에서 경제위기를 타개할 활로의 방안으로 국제원조를 생각해 봐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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