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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생활35

[세르비아생존기] 내가 사랑하는 세르비아 : 1. 황홀한 노을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벗어나 대륙 국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하늘이 낮다"라는 점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들은 마천루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교외로 나가더라도 많은 산들이 있어 소위 "걸리는 게" 많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바다에 갔을 때 숨이 트이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닷바람이 주는 상쾌함도 있겠지만, 수평선이 주는 시각적 청명함 때문이다. 따라서 위스콘신이나 미주리 같은 미국의 시골을 가게 되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에 어지러움을 느낄 만큼 생경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땅과 하늘이 만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주재하고 있다. 정치의 중심이자 경제의 중심이다. 따라서 세르비아에서는 가장 고층 빌딩.. 2020. 4. 3.
[세르비아 생존기] 세르비아인들의 담배사랑 세르비아로 한정 지을 것 없이, 유럽인들의 담배 사랑은 극진하다. 내가 방문한 어느 유럽 국가를 가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특히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는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5성급 호텔 로비의 카페의 테이블에도 재떨이가 놓여 있고, 대부분의 식당에 들어서면 담배 냄새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사실 한국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흡연이 허용되었었고, 전면적으로 금지된 것이 2015년이니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카페 및 식당에서 흡연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은 우리 인식을 너무나도 바꿔놓았고, 우리의 생활양식은 그 5년 동안 "비흡연" 식당 문화에 길들여졌다. 우리는 더 이상 회식 후 몸에 밴 찌든 담배 냄새.. 2020. 4. 2.
[세르비아 생존기] 종잡을 수 없는 세르비아의 날씨.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이 블로그의 분위기가 사뭇 무거워졌음을 느낀다. 이 블로그의 목적이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세르비아 현지 상황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간접경험을 하게 하고자 한 것이 큰 이유였는데, 어쩌다 보니 코로나바이러스 특파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세르비아의 날씨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위키백과처럼 사계절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세르비아의 겨울인 1월 말 이곳에 왔고, 겨울의 피크를 지나 초 봄을 겪고 있다. 이 곳에서 사계절을 보낸 한국인들에게 듣기로 세르비아의 겨울은 한국보다는 덜 춥고, 세르비아의 여름은 한국보다 덜 덥다고 들었다. 특히 세르비아에서도 베오그라드의 봄은 정말 .. 2020. 4. 1.
[세르비아 생존기] 동료애는 만국공통인가 온 유럽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다. 21세기에 들어서고, 메르스니 사스니 이따금씩 지역적으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들이 유행했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인 판데믹을 경험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이후 거의 백년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곳 세르비아도 예외가 없다. 얼마전 공유한 것처럼 세르비아 정부도 하루가 멀다하고 긴급 대책을 세우고 있고, 3월 6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로 하루에 30명도 검사를 채 못하는데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한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독일 등 확진자가 만명을 훌쩍 넘긴 나라는 물론이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한국보다 훨씬 강도높은 통제정책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사실 말이 재택 근무이지, 나처럼 바이어를 찾아야 하.. 2020. 3. 26.
[세르비아 생존기] 봄이 왔고, 눈도 왔다. 지난주 토요일의 낮 기온은 영상 23도였다. COVID-19 덕에 길에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출근(토요일이지만..) 길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렸다. 일요일 저녁부터 조금 쌀쌀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틀 만에 눈이 내릴 줄이야. 게다가 이 눈이, 한국에서도 봄에 종종 만나는 감질맛 나는 1시간짜리 뽀송한 눈이 아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후 늦게까지 거의 하루 종일 내렸고, 적설량이 근 20cm가 되었다. 아침에 차에 쌓여 내가 치운 눈만 10cm는 족히 되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CoronaVirus로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오늘만큼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벗어나 생경스러운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다. 물론 한국이었으면 눈이왔다 어쨋다 하.. 2020. 3. 25.
[세르비아 생존기] COVID19로 점점 각박해지는 발칸의 중심 세르비아 현지의 코로나바이스러스 관련 정부 대책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간다. 잊기 전에 세르비아의 COVD-19의 확산 및 정부의 대응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20년 3월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경과 3.6(금) 첫 확진자 발생 - 헝가리 방문한 남성 3.9(월) 두번째 확진자 발생 - 세르비아 거주 중국인(전자기기 기업 주재원) 3.10(화) 한국, 이탈리아, 이란, 중국(일부 지역), 스위스(일부 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한시적 입국 제한 3.12(목) 한국발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를 대구/경북 지역으로 한정 3,14(토) 입국 제한 국가 추가 - 루마니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스위스(전체) 지역 여행 외국인 입국제한 - 세르비아산 생필품 및 위생용품 수출 한시.. 2020. 3. 24.
[세르비아 생존기] 관료주의 보건행정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몇 통의 전화를 했는지도, 몇 통의 메일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 막연하게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랄까, 한창 한국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온 뉴스가 신종 코로나, COVID-19로 도배가 되었을 때 나는 이곳 세르비아에 있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몇몇 확진자들의 행태, 그리고 전염병을 정치적 기회로 이용하려는 자와 그들의 장단을 맞춰주는 언론의 모습에 화가 났을 뿐이다 ​ 그러다 고작 한달만에, 이미 접하고 있었음에도 대비를 하지 않은 이 가난한 나라는 지금 패닉이다. 오늘(2020년 3월 20일) 부로 도시 간 대중교통마저 폐쇄되었다. 점진적으로 도시내 대중교통도 운행을 중단할 것이란다. 지금까지 오백여명을 검사했는데, 백 명이 넘.. 2020. 3. 21.
[세르비아 생존기] 공항이 폐쇄되었다. 본사는 협약 맺은 대학들과 논의 끝에 현장 수습생들을 긴급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소식을 들은 것이 월요일이었고, 금요일까지 정리하고 다들 귀국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처음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먼저 들었다. 1) 학생들이 굉장히 화내겠구나 2) 이렇게 갑자기 돌려보내면 이곳에 남아있는 현지 채용 동료들은 동요하지 않을까? 이 두 가지였다. 학생들은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실습을 신청했을 것이고, 생활적인 것을 떠나 앞으로 진로에 있어서 활용도가 높은 기회를 잃게 된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특히나 한창 "공정성"에 대해 예민하고, "정당"함과 "부당"함을 기준으로 세상을 볼 나이에, 본인들의 의견 없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어떤 이유가 수반되.. 2020. 3. 20.